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8분경, 판문점 군사 분계선(MDL)에서 남북정상은 역사적인 악수와 뜨거운 가슴을 나누었다. 너비 50cm의 콘크리트 경계선을 넘나들며 인사와 덕담을 나눈 후‘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을 향한 해맑은 웃음이 지속될 수 있도록,‘다시’혹은‘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이 쏙 들어가도록, 빛 소리 바람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깃발은 단연 평화다. 남·북의 합의는, 목표와 방향에서 모두 평화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사달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일시에 먹구름이 걷혔다. 아마도 시대정신이 아닐까. 그래서‘새로운 시작’의 첫걸음, 그것은‘평화’로 시작되어, 한라에서 백두까지 신앙적 고백 같은 심정으로‘평화’로 이어졌다.

 두 정상이 함께 손잡고 함께‘금단의 경계선’을 넘어갔다가 다시 함께 넘어온, 저 눈시울 붉어지는 모습은, 개화와 신록의 계절인 4월에, 활기와 역사적 사명으로 오랜 숙고 끝에 나온 만큼 세상을 통찰해내는 섬세한 몸짓과 빛나는 감각이 결국 대립을 평화로 변용시키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사실은 더 잘 보이고 들리는 소리다.
 
 감동이 클수록 삶에서 더 큰 감동이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과 북, 세계인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할 군사분계선은, 6·25의 산물로, 숱한 젊은이들이 죽어간 전쟁터로 그동안 금단의 땅이었다. 이런 금단의 땅이 이제 자유로운 왕래를 통해, 삶의 소중한 부분인, 그동안의 절절한 회한을 지우는 가슴 뭉클한 땅이 되었으면 한다.

 항구적인 평화의 길이 활짝 열려 생명과 생산력이 건강하게 하늘 높이 날아올랐으면 한다. 환한 풍경 이후에도 남과 북이 격하게 포옹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숨죽였던 출발은 성공이다. 그러나 우리만의 합의가 아닌 세계의 합의가 또 기다라고 있다. 다가올 정상회담들도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평화는 한번 잃으면 그 시점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화의 꽃이 활짝 피는 토양이 마련되었을 때,‘시작이 반’이라는 가르침을 잊지 말자. 반은 이미 이루었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가. 앞으로 반을 더 가면 희망이라는 평화의 고지가 있다. 그 희망의 고지를 향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짝이는 시작점에 취하지 말자. 완성 없는 절반은 절망뿐이기에 시작하지 아니함만 못할 수도 있다.

 왜, 절망의 고삐에 단단히 묶여 있거나 풀려 있어도 그 절망으로부터 시속 몇 킬로의 속도로 달아나고 있느냐에 관계없이 절망의 그림자가 소리도 없이 따라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도는 많았으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 그 길 위에 서서 평화라는 절대성을 구현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하나 된 힘으로 뭉쳐 초 단위로 평화를 되새김질하자.

 기나긴 전쟁 위협에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함께 가자. 만약 갈등의 부스러기가 있다면 평화의 완성을 위해 합리적인 사고로 머리를 맞대고 날밤을 밝히자. 그리하여 상호 협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 그렇지 않으면 평화의 완성은 먼 길이 될 수도 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입속에 있는 목청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목청은 없었으면 좋겠다.
 
 역사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기회는 찰나로 와서 찰나로 간다. 따라서 기회가 왔을 때 꽉 잡아야 한다. 지금 평화의 기회가 오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평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올곧은 사고와 지혜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역사적 사실의 진실성에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믿지 못할 상대라고 빤한 염려에 젖어 있으면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 오히려 종국에는 그 기회를 놓친 후회로 가슴을 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 북측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가을에 다시 만납시다”로‘하나의 봄’을 마무리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판문점 선언’, 평화 번영 통일로 가는 길이 곧게 펼쳐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