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병 호 구로소방서장

  현대사회에서 천재지변과 인재가 안겨주는 고통 중 고층건축물 화재로 인한 참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74년 개봉된 미국의‘타워링(The Towering Inferno)’이라는 영화는 135층 건물에서의 화재로 대형 재난의 한 단면을 보여준 좋은 예다.
  하지만 세계 모든 국가는 도시 인구의 증가와 건축기술의 발전으로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경쟁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최초의 근대식 고층건물로 세워진 것은 미국 시카고에서 1892년 건축된 21층 메소닉빌딩이다. 이어 1931년에는 뉴욕 맨해튼에 102층(381m) 높이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졌고, 2010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세워진 163층(828m) 높이의 버즈 칼리파빌딩(구·버즈 두바이) 등 세계는 초고층건축물 시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나라 역시 1985년 여의도에 세워진 63빌딩 이후 2000년에 69층 높이의 목동 하이페리온이 건설되었고, 시민들의 선호와 초고층 빌딩에 관한 관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151층(587m)짜리 인천타워,  133층(656m)짜리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등이 추진 중이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점은, 초호화 고층건축물은 일반 건축물에 비해 고급의 내장재를 사용하고, 실내장식품, 바닥재, 기타 편의시설과 건축설비가 많이 설치되기 때문에 구획된 공간별로 자체 하중이 높고, 화재가 발생할 경우 독성가스가 포함된 다량의 연기로 인한 질식은 물론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패닉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초고층건축물의 경우 재난발생 시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가 원활한 소방전술을 전개하여 인명을 구조하고, 화재 진압을 하는데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직·수평 동선이 길고 복잡하여 신속한 현장접근이 불가능하다. 현장 사정에 익숙하지 못한 소방대가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많은 장애요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금천구와 구로구를 관할하고 있는 구로소방서의 경우, 11층 이상 고층 건축물이 370개동(금천구 123동, 구로구 247동)이 산재해 있으며, 2011년 9월 완공된 28층(85m)짜리 남서울 힐스테이트가 금천구의 랜드마크로 들어섰다.
  구로소방서에서는 관내 고층건축물 소방안전대책으로 소방차량 진입로와 소방 활동 공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예방행정을 펼치고 있으며, 이미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소방 활동 정보카드’비치로 고층건물 화재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고층건물 대응매뉴얼 적용훈련과 영상을 활용한 도상훈련 및 현지적응훈련, 자율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주민 체험형 소방훈련(연 2회)도 병행 실시한다.
  그리고 유관기관 합동 소방안전점검 및 인명대피 훈련 등 현장 대응능력 향상, 취약요인 사전제거 등 화재예방 활동, 화재진압특공대원의 방재실 파견근무(분기 1회) 및 매뉴얼 숙지 등 다양한 대책을 전개하고 있다.
  화재시 계단 및 수직개구부는 연소 확대의 통로가 될 뿐만 아니라 연소를 돕는‘굴뚝효과’작용을 하게 되고, 불길이 번지면 바람속도가 30배 이상 빨라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므로 모든 계단은 층별 방화구획이 되도록 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 구조로 하고, 냉난방 닥트 등에는 방화댐퍼와 같은 유효한 방화설비를 갖추는 게 화재를 예방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화재발생 시 대피요령은, 첫째 고립되었을 경우 각종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위치를 외부에 알리고, 2명이상이 함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둘째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기어서 이동하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고층건물의 창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더욱 비온 뒤에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야경은 홍콩의‘백만불야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미리 대책을 세우고 예방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쓴맛을 보게 된다.
  옛 속담에‘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난 2010년 10월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의 38층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인‘우신골든스위트’화재가 남긴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삼월을 맞아 화재시 대응요령을 제대로 익혀둠으로써 재난 없는 안전한 금천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