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책도 책이다.

일반적으로 ‘만화책을 읽는 것은 놀이이고 책을 읽는 것은 공부’라는 견해가 팽배하다 보니 아이가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엄마가 무심코, “그렇게 만화책만 보지 말고 책 좀 읽어라.” 하는 잔소리 한 마디쯤 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잔소리는 아이로 하여금 책을 싫어하게 하는 해로운 결과만을 초래할 뿐 거의 효력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못 하게 하면 오히려 더욱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아이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화책을 강제로 빼앗아 치워 버려도 결국엔 부모 몰래 다른 만화책을 구해서 보게 될 뿐이다. 그리고 또, 설령 만화책을 읽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만화책 대신 다른 책을 읽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특히 역효과가 되기 쉬운 말은 강제로, “책을 읽어라.” 하고 다그치는 것이다. 그 책이 마침 아이의 흥미에 맞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는 흥미 없는 책을 강제로 떠맡기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져서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경우도 결코 드문 일은 아니다.
지금 아이가 만화책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아이를 만화로부터 멀어지게 하려고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이의 흥미는 보통 한 가지 일에만 계속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때 열중해 있다가도 언젠가는 저절로 다른 것으로 흥미의 대상이 옮겨 가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만화 보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 엄마가 많은 것은 역시 ‘만화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은, 아이가 읽어서 해로운 내용만 없다면, 만화를 단지 나쁜 것으로만 취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만화는 문자를 자학자습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화평론가 L씨의 말이다. 그는 특별히 글자를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아들이 만화를 보면서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 가더라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는, ‘만화는 아이한테 부모와 자식 관계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타입의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의견에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따라서 부모가 검토해서 특별히 나쁜 내용만 아니라면 만화책을 못 읽도록 억지로 빼앗을 필요까지는 없다.
아이에게 독서를 권하는 것도 만화를 멀리하게 하는 것도 결코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런 부모의 조바심이 책보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