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몰아치던 날
검게 피어난 곰팡이를 베고 누워
160센치의 마른 나무 한 구루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실뿌리를 드러내며 떨고 있었다
흔들리는 것도 때론 아름답다구요?
나는 오늘,
그 흔들림을 기어이 정지 시키고 말겠어요
정지 된 것의 고요함을 보여드리겠어요
무딘 도끼를 숫돌에 간다
팽팽한 날을 세우며 나무을 향해 번쩍인다
서늘한 눈망울의 그림자
날카로운 빛과 부딪치며 비를 뿌린다
이제 떠나면서 루비빛 가시 하나 남겨 두겠어요
환희,
짧은 겨울 햇살처럼 그대의 어깨 스치고 지나갈 때
영원한 기억의 장신구를 달아드리지요
빛이 다하기 전 붉은 날개를 문신해 드리겠어요

-지은경 님의 시집 ‘자폐공화국’ 중에서 자살, 그 유혹의 전문

죽음, 그것 쉬운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생목숨을 끊는 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그에 대한 계시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평소생각이다.
-나는 죽음 앞에 서 있어 보았다고 할 수 있으니까-
해서 말인데 쇼펜하우어나 니체도 극한 상황에서는 인간도 자살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지만
평소 인간들이 진실과 순수가 정의로부터 거부당할 때 신념과 의지가 거짓으로 꺾일때 사람들은 그냥 넘기지 못하고 강한 자살 충동이나 선량한 사람을 살해할 목적의 욕구를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살과 살해는 서로 다른 정 반대의 성질을 가지지만 삶과 죽음은 서로 공존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그에 대한 적절한 카타르시스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친구로나마 담소를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던지, 독서를 한다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시나 일기를 쓰는 것으로 머리를 맑게 해 그것으로부터 구원을 받아야 되지 않을까?

-시인 박연복(石泉 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