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같은 꿈이다.
빨간 꽃이 피어 있는 마로니에
여름 꽃이 만발한 뜰 그 앞에 외로이 서 있는 옛집
저 고요한 뜰에서 어머니는 어린 나를 잠재워 주셨다.
아마도, 이제는 오랜 옛날에 집도 뜰도 나무도 없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그 위로 초원의 길이 지나고 쟁기가 가래가 지나 갈 것이다.
고향의 뜰과 집과 나무를 이제는 꿈에서만 남을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올리는
무수한 낯모르는 얼굴들....
서서히 하나, 둘
불빛이 흐려간다.
그 여린 빛이 회색으로 물들어간다.

마로니에는 붉은 꽃은 핀다.
그래서 그런지 수북이 꽃대래 속에 열매를
덩실덩실 맺는다. 해서 나도 밤나무라고도 한다.
그것들이 있고 나를 잠재워 주던 옛집이 있던 자리는
문명의 이기에 밀려 없어지고 새로운 길이 넓게 나고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들이 들어섰다가
인간들의 허구한 욕심으로 전쟁이 일어나 파괴된다.
역사는 이렇게 반복하면서 쓰여 진다.
문명으로 일어선 모든 것들은
낯선 도시처럼 여린 회색빛에 어둠을 감싸며
천천히 홀로 서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괴롭고, 슬퍼지며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꿈속에서나 아련하게 되짚어 볼 사실들이 아닌가 싶다.

-시인 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