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좋은 자동차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은 거의 본능적인 욕심일 것이다.  과거에는 결혼하여 살 집부터 장만하고 여유가 있을 때에 자동차를 마련하였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이제 자동차가 최우선 구매리스트에 올라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자동차는 보유재산 및 편의성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듯하다. 자동차는 마치 자기 자신의 존재감과 의미를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때로는 기성세대와의 가치관에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필자도 수년 전에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큰 아들 녀석이 수년 동안 타고 다니던 중고 승용차에 싫증이 나서 주위 친구, 직장동료들처럼 수입 승용차를 타고 싶다고 집사람에게 허락을 구하려다 타고 다니던 중고자동차의 열쇠마저 빼앗겨버릴 만한 사건이 있었다.

 최근 자동차에 대한 세금문제로 사회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관련 비용처리문제와 자동차세의 부과방식을 변경하는 문제이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최고급수입 승용차를 보유하면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자동차세, 감가상각비, 보험료, 리스료 등을 기업에 부담시키는 관행에 대하여 적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사실 사업규모나 성격에 비추어서 어울리지 않게 고비용의 고급승용차의 보유 및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날 것이다. 사업자들이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 가족이 이용하는 고급승용차까지 업무용차량인 것처럼 회사의 장부에 등재하고 모든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케 하는 것은 불법적인 탈세행위에 해당된다. 특히 임대사업자가 고급승용차의 보유 및 유지에 관련되는 비용을 임대소득에서 공제하여 세금을 신고하는 관행은 과세당국과 빈번한 마찰을 빚어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대표적인 종량세 제도이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니까 국산, 수입차 모두 배기량만 같으면 동일한 금액의 자동차세를 부담하게 된다. 물론 글로벌화된 시대에 국산차, 수입차를 차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기술 및 소재가 고도로 발달되고 차별화된 오늘날 자동차의 가치는 배기량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는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부품, 엔진의 성능, 전자장비, 각종 옵션 등에 따라서 자동차의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따라서 자동차세를 엔진용량에 따른 종량세에서 종가세로 변경하려는 세법개정안은 충분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자동차세법 개정안에 의하면 대부분의 국산승용차의 자동차세는 제법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고가의 수입승용차의 세금은 대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격에 따른 누진세율이 적용되게 되어 있어서 판매가격이 5천만 원을 초과하면 무려 2.5%의 고율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세금은 오랫동안 얄궂은 운명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1977년도 우리나라에 부가가치세가 시행되면서부터 법인사업자나 개인사업자가 구입하는 승용차에 부담해야하는 부가가치세는 환급을 받을 수 없도록 운명 지워졌다.(물론 택시회사나 리스회사가 구매하는 승용차는 예외적이지만). 승용차의 구입뿐만이 아니라 연료비, 수리비 등 유지관련 비용에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도 환급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마 비사업자인 개인과 균형을 맞추려는 이유로 비영업용승용차에 관련된 모든 비용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오랜 기간 시행되었던 자동차세의 부과방식이 배기량기준에서 가격기준으로 근본적으로 바뀌려는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동차수입업체들과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의 불만과 반발은 이미 예상되었던 바이다. 탄산가스 배출측정량 소프트웨어 조작문제로 좌불안석인 폭스바겐 사태와 더불어서 자동차와 세금문제의 얄궂은 운명적인 만남은 또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김정식 세무사 shick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