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중학교(교장 노현구)에서는 초겨울 날씨의 위력을 보여준 지난 11월 25일, 26일 이틀간에 걸쳐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가 있었다. 이번 행사는 총동문회(회장 배용태)가 주축이 되고, 난곡중학교 교사들과 학부모회(회장 박해숙)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담임교사들이 추천한 학생들의 가정에 직접 담근 김장을 배달하는 행사였다.
  난곡중학교 ‘총동문회’는 공립중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체이다. 보통 ‘동창회’라는 이름으로 친목도모를 위하여 여행을 가거나, 식사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자신이 졸업한 모교와 후배들을 위하여 ‘총동문회’를 조직하여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풍경은 정말 희귀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난곡중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교장 초빙제로 노현구 교장이 부임해 오던 2010년 9월부터라 한다. 부임 후 3行(인사 잘하기, 질서 지키기, 학교시설 아끼기), 3無(폭력이 없는 학교, 쓰레기 없는 학교, 낙서 없는 학교)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학생들의 용모가 단정해지기 시작하고, 교사가 아니더라도 웃어른께는 무조건 인사를 하더니, 표정이 밝게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주인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밝고 건강하게 웃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이 모습을 대견히 지켜보던 총동문회가 발 벗고 나서서, 사랑스러운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작은 것 하나라도 해주고 싶었다는 배용태 총동문회장은 “학교를 위해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현재 총동문회는 카페에서 1기부터 7기까지 기수별로 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기증한 교훈비와 김장담그기 행사를 비롯하여 향후 5년간의 계획을 수립하여 모교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부모뻘인 우리들을 ‘선배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오히려 자극을 받게 됩니다. 1만 명이 넘게 졸업을 했지만, 총동문회 카페(‘난사총동’ www.nansa.co.kr)에 가입되어진 졸업생은 1,500명 남짓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뜻 깊고, 가슴 뿌듯한 일을 할 수 있는 우리 ‘난사총동’이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큽니다.”라며 모교를 사랑하는 그의 강한 의지와 함께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11월25일 소금에 절인 배추를 밤 12시에 뒤집으러 학교에 왔었다는 박해숙 학부모 회장은 “무엇보다 학교의 도움이 가장 컸어요. 급식실을 개방해 주시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데, 급식실을 개방해 주시고, 오늘 점심식사까지 제공해 주시니, 어제와 오늘 이 추운 날씨에 꼼짝없이 운동장에서 김장 할 각오를 했던 저희들에게는 더 없이 감사한 일이었죠. 게다가 김장에 어울리는 수육도 삶아 주시고, 총동문회에서는 함께 참여하지 못한 동문께서 제주도에서 귤도 보내주셨어요. 힘은 들지만, 자꾸만 저절로 웃음이 나와요.” 라며 머리 수건에 앞치마를 두르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잔칫집! 그것이다. 오늘 난곡중학교에서 본 풍경은 잔칫집이었다. 토요휴업일에도 출근한 교사들과 모교와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장한 총동문회 동문들, 주부9단 실력을 마음껏 발휘한 학부모들과 즐겁게 심부름을 하는 학생들까지....... 그 누구의 얼굴에서도 찡그림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50여개의 커다란 김치통 가득 담긴 김치들은 몇 대의 차량에 나뉘어 학생들의 집까지 배달을 한 후 모든 행사는 끝이 났다. 그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난곡중학교 학생들과 더 나아가서 금천구와 인근 관악구 지역의 불우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한 장학재단(송천재단)을 2012년 설립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