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저소득층 여성 노동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가산동에 지은 ‘구로 직장여성 아파트’ 입주자들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전체 입주자 200명 가운데 입주기간이 7~18년이 된 10명에 대해 ‘임대기간 요건을 위반했다’며 2년 전 명도소송을 내어 9월 최종 승소했다. 명도소송에서 이긴 근로복지공단이 서울남부지법에 강제집행을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제집행 비용은 가구당 82만원이며, 1개월 후부터는 열흘에 6만6천원의 추가 보관료가 발생한다. 공단은 해당 비용을 강제집행 대상 입주민들에게 급여 차압 등 구상권 청구 형식으로 받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외에도 명도소송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입주자 15명도 대법원 판결이 나면 집을 비워야 한다. 공단은 1988년부터 전국 6곳에 직장여성 아파트를 운영하는데, 퇴거를 강제 집행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직장여성아파트는 여성 노동자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자립기반 마련을 통한 복지증진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1988년 건립됐다. 근로복지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운영규정상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2014년 기준 200만원)인 여성 노동자들만 입주할 수 있다. 구로 지역의 경우 100세대(세대별 13평, 방 2개)에 2명씩 총 200명이 입주할 수 있으며 보증금은 20만원(큰 방 40만원), 임대료는 4만6천500원(큰 방 7만원)이다.
   강제집행은 아파트 운영 규정이 바뀐 탓이다. 입주자들이 처음 이 아파트에 들어올 때는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 살 수 있었지만, 2011년 규정이 바뀌어 임대기간이 최대 4년으로 제한됐다.
   공단은 2011년 서울 지역을 포함해 전국 6개 직장여성아파트 매각을 추진했다가 입주민자치회와 근로복지공단은 직장여성아파트 매각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입주민들의 반발로 매각은 결국 무산됐지만 이후 ‘직장여성아파트 운영규정’을 개정해 계약기간을 2년으로 1회 갱신 후 최대 4년으로 제한한 뒤, 4년 이상 거주한 입주자들에 대한 퇴거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장기 거주를 위해 입주한 주민들은 입주 규정이 바뀌어 기간이 지나면 집을 비워야 하지만 대부분이 저렴한 새 주거지를 찾기 어려운 저소득층이어서 발만 구르는 형편이다. 
  근로복지공단 복지사업국은 “갑작스럽게 나가라는 것이 아니다. 퇴거 통보를 한 지 이미 2년이 지났고 500명 넘는 대기자들이 있어 소수에게만 계속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한다. 
  관리사무소는 입주자들에게 “법원 집행관들이 귀댁의 생활용품을 일괄 운반 및 보관할 예정”이라며 “12월 15일 내에 자진 퇴거해서 불미스러운 일이 없고, 경제적인 불편을 초래하지 않기를 당부 드린다”고 공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운영하는 복지 임대 아파트라는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특히 근로복지공단이 아무런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엄동설한에 입주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