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벌을 미끼로 하지 말라
 

상과 벌이라는 ‘당근과 채찍’이 목표를 향해 노력할 마음이 생기게 하는 하나의 수단임은 다시 부언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상이란, 괴롭고 하기 싫은 일이라도 그것을 이루고 나면 멋진 것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여 아이로 하여금 의욕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며, 벌이란 잠시 동안의 편안함에 더 괴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여 아이로 하여금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방법이다.
둘 다 상반되는 방법이지만, 이 ‘당근과 채찍’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외적 동기를 부여하여 목표를 달성시키려는 작전이라는 점에 있다.
물론 이는 옛날부터 사용해 오는 방법이고, 이를 적절히 사용하면 아이를 길들일 때 매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심리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한테 열심히 공부하게 할 목적으로, “이번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 오면 네가 갖고 싶어 하던 ○○를 사 줄게.” 하는 달콤한 미끼를 아이에게 던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경우, 상 타는 것을 목표로 힘을 낸 아이가 100점 또는 그에 가까운 점수를 딸 수도 있겠고, 100점을 맞았을 때 아이가 기뻐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이 경우, 100점을 딴 아이는 성적이 올랐다는 기쁨보다는 상을 차지했다는 기쁨이 더 지배적인 것이다.
한편, 98점을 맞은 아이도 사실은 성적이 오른 것에 대해 기뻐해야 할 것이지만 상을 받는 꿈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실망하여 허탈한 기분만이 마음속에 남게 된다. 다시 말해, 흥미의 방향이 정작 있어야 할 공부의 성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있는 것이다. ‘이루어 낸 기쁨’보다도 ‘벌이’를 한 기쁨, ‘이루지 못한’ 반성보다도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아이의 마음속에 지배적인 것이다.
이처럼 ‘상벌 작전’은 상을 받는 일이나 벌을 피하는 것으로 본래 목표가 바뀌기 쉽다는 결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공부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상벌 작전이 되풀이될 경우, 오히려 지금까지 갖고 있던 공부 그 자체에 대한 흥미마저 잃을 우려가 있다. 물론, 자진해서 공부하려고 하는 자발적인 의욕이 거기서 생겨날 리도 없다.
그러므로 상벌 같은 미끼를 이용하여 아이를 낚기보다는 먼저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것을 알지 못해 공부가 싫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 단순히 선생님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공부하고 싶지 않은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파악하여 그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그저 상을 준다거나 공부방을 훌륭하게 꾸며 주는 등의 외적인 동기로서는 그다지 효과를 거둘 수가 없으며 아이의 장래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점수에 나타난 결과보다는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해서 아이가 서서히나마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결국 아이로 하여금 공부를 좋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