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똑같은 벌거벗은
육체, 저기 병속에는
남은 우유가 들어 있고, 또 저기
빗속에는 머리카락들이 박혀 있다. 그녀는
 
그녀의 스타킹을 신는다. 그리고
일어선다. 하루는 금세 또
끝나버린다. 그녀는 스타킹 속에
온전히 홀로 서 있다. 그녀가

좀 더 오래 서 있게 된다면
병속의 이 우유찌꺼기는
시어지고, 빗속의 머리카락들은
깡그리 헤지고 말리라. 하루

는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녀는
두 다리에서 스타킹을 말아
벗긴다. 오래 서 있어서
아픈 두 다리(...)

-브링크만의 어떤 여인의 이력 중에서

우리는 지금 최고로 발전된 상품사회에서 산다.
하루가 지나면 또 하루가 찍어 논 붕어빵처럼 지나간다.
희망이 있는듯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마저 보이지 않는
그런 참혹한 사회에서 숨 막히게 살아간다.
일상의 범주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타인과는 섞이지 않는 불통의 관계를 유지한다.
내적으로는 아주 서정적인 자아를 유지 하면서도 그렇게
하며 살고 있다.
삶 그자체가 아웃사이드 인 것이다.
이런 현상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적 사회다. 금세 하루를
보내고 입었던 옷을 입고 내일이면 또 다시 남은 우유를 마시게 된다.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신었든 뜯어진 스타킹을 신으며,
벗게 되는 일상은 많은 사람들을 느리게 한다.
곧 느림의 미학과 게으름의 미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자 한다.
이것이 시대적이며 착각의 오류가 아니겠는가.

-시인 박연복 http://blog.daum.net/yen307/1584906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