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舊正)이 십여 일 앞으로 다가오니, 역시나 예년처럼 신문 지면(紙面) 곳곳에 큼지막하게 게재된 다양한 상품 광고 안에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문구가 어김없이 곁들여 있음을 본다. 며칠 더 지나 음력 정월 초하루가 되면, 또 한동안 틀림없이 텔레비전 등 각종 매체를 통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나운서라든가 연예인들의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가 봇물 터지듯 여기 저기서 넘쳐날 것이다.
 해가 바뀌어 새 달력을 걸고, ‘새 해 복 많이 받자’는 인사를 가족을 비롯한 지인(知人) 간에 나눈 지가 이미 이십여 일이 지났다. 신문이라든가 텔레비전 등에서도, 지난 1월 1일을 맞고 보내면서, 금년은 말 해 특히 청마(靑馬) 해라느니 하는 멘트와 함께 화려한 의상을 갖춘 세배와 복 많이 받으라는 요란한 새 해 인사를 이미 한 터이다.
 1월 중순쯤 해서 살짝 뜸해지다가 음력 1월 1일을 앞두고 다시 새삼스럽게 ‘새 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 등 똑같은 의식(儀式)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해마다 거국적으로 되풀이됨이 신기하다.
 ‘복’은 많을수록 좋으니 ‘새 해’를 두 번씩 맞으면서 거듭 거듭 ‘복’을 축원하자는 속셈일까.
 성격이 괴팍하고 늘품이 없어서인지, 나는 해마다 음력 정초를 지나면서 ‘새 해 인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항상 헛갈려 한다. 나 자신은 새 해 인사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만 상대편이 인사를 해 오면 도리 없이 답례를 해야 하는데, 항상 어정쩡하니 우물쭈물 하면서 ‘명절 즐겁게 지내십시오’ 정도로 입막음을 하곤 한다.
 이쯤 해서 의식 있는 이들이 앞장서서 교통정리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새 해’의 개념은 양력 정초에만 두고, 음력 정월 초하루는 추석처럼 그냥 ‘설’ 명절로 조상을 기리기도 하고 가족 간에 즐기는 날로 말이다. 그런 의미로 정부에서도 양력 1월 1일은 하루만 쉬고, 음력 설은 사흘을 공휴일로 만들었을 것이다. ‘새 해 인사는 양력에만!’ 식의 매스컴 종사자들의 캠페인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TV라든가 매스 미디어의 엄청난 영향력에 힘입어 음력 설에는 ‘명절 즐겁게 지내세요’ 정도의 인삿말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 익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 해 복’ 타령만 하다가 어느 틈에 덜커덕 2월 중순임을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은 예민한 나만 겪는 일인지 모르지만, 새 해에 대한 중복되는 명명(命名)들은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국가적인 손실이 있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결심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음력으로는 아직 새 해가 멀었다면서 미적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막상 음력 정월 초하루가 되면, 해가 바뀐 지 한 달도 더 넘었는데 하면서, 실천은 해 보지도 않고 다시 모든 것을 다음 해로 미루어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핑계 거리를 찾고 만들어 포기해버리게 하는 단초가 이중(二重) 새 해에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이웃 나라 중국이 백여 년 전부터 음력 1월 1일을 24절기 중 하나인 입춘을 뜻하는 춘절(春節)이라고 이름하여, 새 해의 개념인 원단(元旦)과 구별하여 쇠고 있는 것은 참고할 만하다.
 새 해를 맞아 나를 비롯해 모두들 신들메를 고쳐 매고 목표한 바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뛸 일이다. 그러노라면 바라던 바 ‘복’이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싶다. 복을 받으라고, 복을 받겠다고 입으로 아무리 외친들 그 복은 저 멀리 있는 신기루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