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은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사랑방에서 유래한 것,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지는 듯 했으나 시대의 흐름에 의해 그 가치가 증대되다가 1997년 개정 주택법이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각 동마다 1개 이상 존재한다. 2013년 현재 전국 6만 2천 442개소가 있다.

 65세가 되면 현행법상 지공선사로 호칭(주: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되는데, 이런 나이는 가정이나 사회에서는 어른이지만 이곳에서는 막내에 속하는 나이다. 보통 70세쯤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알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노령화지수 추정치는 83.3%를 기록, 80%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 됐다.

 추석 직전의 일이다. 어느 선인(善人)과 함께 금천구 관내 경로당 몇 군데를 찾았다. 요즈음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옛날만큼 찾아오는 사람이 적은데 젊은이들이 참으로 좋은 일 한다며 어른 분들이 무척 좋아했다.
 
 저희 일행이 회장님께 공손히 인사를 하면 회장님은 우리 일행을 회원들에게 소개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대화의 주된 내용은 향수에 대한 그리움과 노년을 재투자 할 수 있느냐 였다. 덧붙여 건강 프로그램과 사회적 변화의 완충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선인은 답했다. 어른들의 희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실 한켠에 핀 설악초의 아름다운 자태가 분위기를 돋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꽃보다 사람이다. 저마다 갖는 향기는 다르겠지만 바람결에 섞이며 어우러진 향취는 대화가 깊어질수록 더욱 진하게 우려졌다.

 예를 들면“내 고향은 전남 기좌도(안좌도), 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건너 동쪽으로 목포 유달산이 보인다. 내일이라도 고향 땅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하찮은 소일거리보다는 임금이 박해도 떳떳하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가 주된 관심사였다.

 노인은 섬에서 태어나 뭍으로, 다시 서울에서 삶을 살아가는 분이었다. 올해로 70세이고, 몸이 옛날 같지 않아 고향이 몹시 그립다고 했다. 소싯적에 떠나온 몸이라서 그런가 고향땅으로의 또 다른 여행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되었으나 아직 꿈뿐이라고 했다.

 시인 김광섭의『저녁에』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라는 작품이다. 그분의 눈에서 파란 바다와 섬들을 보았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넘기 전에 고향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지를, 고향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인지를, 그분이 태어나고 자란 섬에서 바라본 세상이 때론 거친 바다와 때론 호수 같아서, 그런 바다가 무척 그립다 했다.

 경로당은 디자인 되지 않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 어딘가 먹먹했다. 미학적 관점에서도 그렇고 정말 있는 그 자체로서 최고의 디자인 상품이라지만 보다 깨끗하고 정돈된 환경이면 어떨까, 생각을 키우는 대목이다. 반나절 동안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다른 내일이 열리기를 바라는 희망이 현실에서 활짝 펼쳐지고 신체적 한계에 따른 활동 속도까지 예상한 일자리가 제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