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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짐짓 물어보는 나의 물음에
어머니의 대답은 시큰둥이다
 
좋아지면 뭣 한다냐 농사짓고 산다 하면
총각이 시집 올 처녀를 구하지 못하는 시상인디
이런 시상 난생 처음 살아야 그 뿐인 줄 아냐
사람이 죽어도 마을에 상여 맬 장정이 없어야
지난 봄에 아랫말 상돈이 아부지가 죽었는디
저승 가는 사람을 상여소리도 없이
식구들 끼리 리야카에 싣고 뒷산에 갖다 묻었단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사흘 낮 사흘 밤
마을이 온통 초상이고 축제였는디…….

밥술을 뜨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어머니는 숟갈을 놓으시며 한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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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님의 어머니의 밥상 중에 그 일부분임

불과 이삼십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그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안할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농촌이 늙어버린 것은 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산업인구가 갑자기 늘어남에
따라 이동인구가 늘어났다. 노동능력만 있으면 아이고
어른이고 도시로 모여들었다. 산업인구가 모자라는
곳에서는 좋은 일이었겠지만 농경사회를 구축하고
살았던 그 시절의 농촌에선 일손을 구하는 일이
갑갑하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상돈이 아부지가
죽었는데 상여 맬 사람들조차 없어 리어카로 싣고
갔단다. 는 말은 우리 모두가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농촌의 흉물 화는 급속도로 빨라져 갔고 고령화는 배가했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사흘 낮과 밤을 축제로 보냈다는
시절 좋고 인심 좋은 시절은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낮선
동네가 되어가는 이미지가 가슴을 슬프게 울린다.

-시인 박연복(氷心http://blog.daum.net/yen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