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인가, 이상인가
사실 정치인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망생이 없어서 정치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말은 들은 바가 없다.

국회에서 열리는 주요공직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보더라도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을 찾기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니
정치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어떠하든, 또 어떤 명분을 내세워 정치에 참여하든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단순화시켜보면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지 않을까?
야망인가, 이상인가
정치가 현실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야망과 이상이라는 잣대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야망보다는 이상 쪽에 비중을 두고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에 좀 더 넉넉하고 따뜻해질 성 싶다. 같은 맥락으로 여기서 내가 정치에 뜻을 둔 까닭도 개인적인 이익이나 야심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이상에 봉사하려는 의도였다는 점을 고백하고 싶다.

정치란 무엇인가?
인생의 전반부에 일찌감치 정치에 뜻을 두었던 이래로 지금까지 제법 오랜 세월동안 정치를 합네 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과연 정치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명쾌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정치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까? 그것만은 아닐 성 싶다. 정피를 쾌도난마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은 아무래도 관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정치의 다양한 측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치란 무엇일까? 내가 이렇게 다시 자문해보는 까닭이 있다. 정치에 첫발을 내디딜 가고와 소신을 돌이켜보고, 나름대로 정치관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정치는 최상의 봉사’라는 대답이 가장 그럴듯 해 보인다.
학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테지만, 흔히들 정치를 ‘통치와 지배, 그리고 여기에 대한 복종, 협혁, 정항과 같은 사회활동의 총칭’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권력이 끼어들 틈새가 생긴다. ‘우리나라 정치는 3류’라고 하거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 말은 앞의 ‘통치와 지배’, 즉 권력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이처럼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망생이 언제나 줄을 잇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도 그런 정치지망생 중의 한사람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까닭은 정치에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흔희 정치를 협상과 조정의 예술이라 일컫기도 하고 유능한 지도자에 대한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 평하기도 한다. 정치인으로서 이런 범주에 들기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도 이런 역할을 통해 금천구라는 공동체,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한 몫을 하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민주주의를 흔히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작동하는 가장 가치있는 인류의 유산 또는 다수결의 미학이라 일컫는다. 나아가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통해 유권자의 뜻, 즉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정치가 실현된다고 할 때 ‘유권자에 대한 봉사’야 말로 정치인의 자세 가운데 첫손가락을 꼽을 만한 미덕일 것이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선거는 인생의 축도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나 게임과 대비해 볼 수도 있겠는데, 승자와 패자를 극명하게 갈라놓는다. 승자에게는 축배를, 패자에게는 고배를 안겨 주는 것이다.
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번, 구청장 선거에서 두 번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더욱이 금천구의 분구를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금천구청장 선거에  출마하여 두 번씩 뼈아픈 패배를 맛보고는  세상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준비가 완벽하지 못했던 데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이었거니 하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게 된다.
딱 한 가지 내가 얻어낸 자산이 있다면 패배의 과정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찾아낸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세가 성공을 이구는 밑거름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세 번 만에 구청장에 당선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긍정의 힘이 바탕이 되었다. 자신을 이기고 항상 앞으로 나아간다는 ‘극기상진’의 정신이라고 할까.
말이 세 번의고배지, 그것은 사람으로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이겨도 힘든 선거에서 세 번씩 패배를 감수한다는 것이 어디 사람이 할 짓이던가?
“한내에 정체불명의 시체가 떠올랐다는 기사가 나오면 나인 줄 알아라” 오죽하면 주위사람들에게 농담 삼아 이런 말까지 했으랴.
어쨌든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고배와 두 번에 걸친 민선 금천구청장 선거에서의 고배는 이후 구청장을 연임하여  소신껏 업무를 수행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어려운 상황, 참기 힘든 고배 때마다 내가 품속에 간직하며 되새기던 문구, 백척간두 진일보를 다시 한 번 반추하면서 아직도 해야 할 일, 가야 할 길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한 내 인생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그래서 먼 후일 인생의 경주에서 벗어나 한갓지게 지난날을 돌이켜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힘들었던 시절의 고뇌와 회한을 안주 삼아 씁쓸한 소주를 달게 마시며 인생을 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