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나의 생존자(生存者)로 태어나
여기 누워 있나니

한 간(間)무덤 그 너머는
무한한 기류(氣類)의 파동도 있어
바다 깊은 그곳 어느 고요한 바위 아래

내
고단한 고기와도 같다
 
맑은 성(性) 아름다운 꿈은 멀고
그리운 세계의 단편(斷片)은 아즐타.
 
오랜 세기의 지층(地層)만이
나를 이끌고 있다.

신경(神經)도 없는 밤
시계야 기이(奇異)타
너마저 자려무나.

-김 광섭 님의 孤獨 중에서

살아 있는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시계처럼 동력을 넣어주어야 무덤 안에 있는
생존자도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
절망스럽고 허무한 것은 자유와 권리가 지층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죽은 것에는 어디에도 문패가 없다.
문패가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경도 없는 것이고 시계마저도 움직이지 않는
검은 밤이다. 고요한 바위 아래
그 어디인가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죽음이다.
죽음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림자마저도 없다.
다만 바람만이 보이지 않게 조금씩 움직일 뿐이다.

-시인 박연복(氷心http://blog.daum.net/yen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