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님의 선운사에서의  전문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먹고 사는 일 말고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부귀를 얻는 일과 명예를 얻는 일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 일일 것이리라.

부귀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그보다 더 귀한 가치는 사랑이다.

사랑하기란 쉬울지 몰라도 헤어지는 일은 그렇지 않다.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란 태산과도 같다.

해서 내 속에서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지만

남은 정과 미련 때문에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별처럼 가슴 아픈 일이 세상에 또 있을 까만은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은 잊지 못하겠다는 역설적인 언어이므로

잊지 못하겠다는 간곡한 부름일 것이다.

이별처럼 비극적인 사랑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야만 된다면 그렇게 해야지(?)

시인 박연복 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