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 수(전 금천구청장)

군부대가 도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 역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발전에는 역기능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육군 도하부대와 공군부대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우리 금천의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해 왔던게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국가의 안보를 위한 필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겠지만
군부대은 한 번 입지가 정해지면 전략상의 이유로 쉽게 변경하기 어려운 조건 때문에 도시의 발달에는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우리 금천은 공단지역이다. 서울 끝자락 동네다 하는 식으로 말이 많은데다 시계경관지구다, 군부대지역이다 하는 평판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우울한 회색도시로 살아왔던 것이다.
이전 계획은 이미 확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군부대를 옮기는 것이 어디 말로만 되는 일이겠는가.
사실 그동안 부대 이전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까닭은 아무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98년에 이미 이전 결정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행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옮겨가라는 식의 지역 이기주의 발상으로 군부대를 몰아내려고 한다는 인상을 줄 수 도 없었다. 만약에 군부대가 지역 이기주의나 님비(Nimby)현상에 의해 좌우된다면 군은 어떻게 국가안보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는가.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군부대 이전이 결정되어 있었다는 소문이 새나가면서 지역주민들이 삼삼오오 군부대 앞에 모여 데모를 하기 시작했다. 금천구민들로서는 오랜 열망이 담긴 시위였다. 애당초 지역발전을 위해 군부대 이전을 추진하던 구청장으로서는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천군만마와 같은 원군이 되어 힘을 보태 주었고 나아가 구민들의 열망을 모아 뜻을 이루어야겠다는 각오도 새롭게 다질 수 있었다.
“육군도하부대는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이전 지연을 해결하라!”
“10년을 기다렸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육군도하부대 이전하라. 이전하라!”
나도 한마음이었다. 구청장이기 때문에 날마다 국방부와 육군도하부대 앞에서 이어지는 데모에 주민들과 함께 참가하여 구호를 외치기는 어려웠지만 그 대신 구청장으로서의 할 일이 있었다. 국방부장관과 차관, 시설담당국장을 비롯해서 3군사령부 등 수많은 국방부관련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육군도하부대의 이전을 촉구하는 협상을 벌이는 일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부대 이전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 금천구는 피해가 심각합니다. 부대주변의 공동화로 도시는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고, 개인들도 오fot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대의 조속한 이전만이 우리 금천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디 도와주심시오. 구청장으로서 공식적으로 드리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금천구의 발전을 염원하는 한 사람의 금천구민으로서 간곡한 말씀입니다.
때로는 애원으로 때로는 호소로, 때로는 강경한 태도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였다.
“구청장님, 우리는 직업군인입니다. 군부대 때문에 여러분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무작정 나가라고만 하면 우린들 어떡하겠습니까?” 정말 답답했다.
장고가 거듭하다 방안이 떠올랐다.
‘군부대의 의견을 반영하는 도시계획을 입안해보자.’
부대 지구단이 금천구와 함께 도시계획을 입안하기 위한 기획을 시작했다.
도시계획 입안의 부요골자는 군부대 주변 지역에 대해 주거, 사업단지 등 모든 제재를 풀기위한 것이었다. 그 와중이도 챙길 것은 잊지 않고 챙겼다. 2003년 11월 도하부대 이전에 따른 토지매매 기본합의서를 체결하여 부대이전과 개발을 기정사실화했다.
한편으로 부대 주변 지역의 개발에 대한 서울시의 제재를 풀기위해서는 도서관, 학교, 병원, 공공시설 등 많은 시설이 들어오는 새로운 도시계획과 기획안이 만들어져야했다. 그래서 틀에 맞는 기획안을 만들었는데 막상 서울시에 제출하려고 보니 뜻밖의 문제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심의를 받으려면 너무나 많은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 서울시장님을 찾아가 사전 자문을 받아보자.’나름대로 기막힌 생각이라고 무릎을 쳤는데, 결과로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시장님이 우리 기획안을 받아보시고 매우 만족스러워 하시길 길을 열러주셨던 것이다.
“구청장님, 거대한 프로젝트를 만드셨습니다. 금천구의 사업규모가 점점 커집니다. 준비 많이 하신 것 같으니 제대로 한 번 추진 해 보시죠.”
2006년 6월8일, 서울시에서는 ‘금천구심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3년여 걸친 노력 끝에 서울시도 받아들이고 군부대도 만족하고 우리 금천구로서도 불만이 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군부대는 보유부지의 가격상승을 통해 부대이전에 따른 비용을 충당 할 수 있게 되었고 서울시는 또 하나의 자치구발전을 이룰 수 있었으며, 우리 금천구는 오랜 숙원이던 부대 이전을 성사시킴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의 고시 이후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 괴었다.
그해 12월에는 독산동 군부대 조기 이전 탄원서를 우리 구에서 국방부에 제출하였고, 그 다음해인 2007년 11월에는 육군본부에서 3군사령부로 부대 부지의 매각 승인 방침을 하달했다. 그런 절차를 거쳐 환매권 매수자인 주식회사 삼양사가 국방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부대의 모든 부지를 매입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은 원래는 삼양사의 땅이었다.
삼양사는 1976년 육군이 도하부대를 배정하는 바람에 이 부지를 군에 매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원소유주가 다시수의계약으로 돌려받게 되었던 것이다.
금천구에 자리잡고 있던 육군 도하부대의 이전은 5년이 걸려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