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금천노인종합복지관(관장 구자훈)에서는 개관 11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노인의 날을 축하하기 위하여 금천구 관내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였다.
   10월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 금나래갤러리에서는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의 어르신들이 그동안 실력을 쌓아온 서예와 사진, 초록멘토 그린드림(환경생태모형)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인사동 갤러리 골목이나 대형화랑에 와 있다고 착각이 될 정도로 그 수준이 높았고,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사군자 중 으뜸인 활짝 핀 매화 작품과 그 옛날 동네 어귀마다 세워 놓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장승들이 즐비하게 놓인 작품 앞에선 본인도 모를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무도막들과 낙엽 등으로 만들어낸, 그래서 더욱 정감가고 따뜻한 작품들이 약간은 바쁘고, 힘든 일상을 잠시 접어두게 하기에 충분했다.
   10월 5일, 금천구청 광장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 이벤트 행사는 ‘人山人海’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도록 어르신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 다양한 먹거리와 체지방, 골밀도, 혈압, 혈당 등 건강을 체크하고, 상담 할 수 있는 건강 Zone, 가훈 써 주기, 돋보기안경, 증명사진 촬영, 요술풍선, 페이스페인팅 등 무척이나 다양한 많은 이벤트들이 어르신들을 유치원생처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연 모든 행사 중 하이라이트는 10월 5일 오후 1시30분부터 금나래아트홀에서 펼쳐진 금천노인종합복지관 동아리 어르신들의 작품 발표회였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공연장을 찾은 어르신 관객들은 30분 만에 객석은 물론 통로 계단과 출입문 앞까지 가득 채웠으며, 공연장 밖의 의자들과 계단에도 줄지어 앉아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야말로 출퇴근 시간의 만원버스나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을 연상시켜 공기도 답답하고, 더웠음에도 너무나 분위기가 차분했다. 그동안 금나래아트홀에서는 많은 공연들이 있었고, 이보다 훨씬 적은 수의 관객들이 모였어도 공연 시작 전에는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 뛰어다니는 어린 학생들, 가끔 칭얼대는 아이들과 끝내 울음을 울어대는 등 여러 가지 공연 관람을 할 때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일들이 흔하게 보였지만, 그저 소리 없이 안내장으로 부채질을 하는 것이 전부인 어르신들을 보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꼭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했다.
   구자훈 관장의 개회사와 차성수 금천구청장 등 여러 내빈의 소개와 축사 후 이어진 개관 11주년 기념 케익 컷팅에 이어 본격적인 어르신들의 공연 막이 올랐다.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의 13개 동아리팀들이 참여한 공연의 첫 무대는 꿈빛 공연봉사단의 멋진 공연으로, 뒤이어 댄스스포츠, 수화, 태권무, 사물놀이, 아코디언 연주, 창작무용, 한국무용, 포크댄스, 하모니카, 초록멘토와 덩더쿵체조, 민요와 에어로빅, 그리고 끝으로 우리춤 체조까지 1년을 갈고 닦은 실력들을 동아리별로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올렸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동안만큼은 ‘노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겠지만, 문득 무대 뒤의 모습들이 궁금하여 조용히 어르신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처 갈아입지 못한 무대의상을 아무 경계심 없이 갈아입는 모습에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서로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새색시 같다. 멋있다.” 칭찬하며 하하, 호호 웃으실 때는 그분들이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단발머리 여고시절, 까까머리 중학생으로 변신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막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에서 나와 다시 대기실로 이동하는 어르신들의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정말 잘했다고 본인을 칭찬하는 것은 그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그분들의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한편에선 아직 순서가 멀었다며 잠시 무거운 아코디언을 내려놓으시라는 진행요원의 권유에도 이 정도는 문제없다며 마치 “내가 아코디언 연주자다.”라고 자랑하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어떤 젊은이라도 흉내 낼 수 없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격동기속에서 이 나라를 이만큼 빨리 성장하게 만들었으며 지금은 조연이나 단역으로 물러서있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열정이,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오늘 보여주었던 당당함으로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나는 주인공이다!
정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