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손끝보다 더 매서움은
보이지 않는 눈일 것이 외다
아니면 별을 세는 것보다
더 어려운 손짓일 것이 외다
알량한 글 한 편 띄웠더니
보내주신 주옥같은
어휘에
지금 몸 둘 바를 모릅니다
세월로 흘러가는 아픈 바람의 눈물일까요.
보시구려!
저기 희끗희끗 흩어지는
저 바람을
좀 잡아주지 않으시렵니까?

-박정민님의 꽃 한 송이 받고의 전문

가을이 익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세월은 끊임없이 가는 것이다. 누가 세상은 살아 볼만 하다고 했는가?
가슴이 저려 온다. 이럴 때면 멀리 사는 벗들에게 편지 한 장 띄어 보내고 싶다.
가을이 어떻고, 생이 무엇이고 하는 낮은 철학을 들춰내면서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이다.
이러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도 가벼워 지지 않을까 해서다.
단풍도 지고, 배추밭 이랑에 찬바람이 들면 그도 저도 모두 잊어버리게 되면
그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울 것 아니겠는가.
가는 사람, 가는 세월은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것이지 않은가.
가까운 친지나 친구에게 가벼운 안부 편지 한 장 보내면 어떠랴
세상의 무상함도 모두 잊히지 않겠는 가.

-시인 박연복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