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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詩가 탄생하기까지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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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20  10: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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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갈고 닦아야 시성(詩)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걸까?’ 얼마나 더 많은 귀를 가져야 사람들의 심안(審按)을 들을 수 있는 걸까?
 숨결을 내쉬고 있는 인생은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서든, 명예를 지키는 인성이든지 간에, 본분을 다하는 일은 품위를 높여준다. 그만큼 자신의 위상을 띄워주는 직업은 누구에게나 생명처럼 절대적으로 고귀하다. 그중에는 불꽃의 영혼을 불러들여 성취로 나아가는 인물이 있고, 누구는 하늘이 부여한 사명에 속이 뜨거워 어쩔 줄 모르도록, 그 의의에 미친 듯이 매달려 이웃들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정서의 표현 양식인 예술은, 세상을 등지는 도피처가 아니다. 예술은 모태의 상상력과의 씨름이다. 예술인은 번뜩 트이는 영감의 날개가 꺾이면, 끝없이 추락하는 송두리 시름에 쉬 잠겨든다. 죽어가는 고통의 된 신음이 남달리 처절하다. 이 어두운 염세 성 침륜에서의 구원은, 그 사람의 그때의 기분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반나절, 또는 하루 만에 벌떡 깨어나는 정신력 강한 예술인이 있는 반면에, 시간허비인 줄 모르고, 발길이 닿는 대로 아무 들판이나 
봉우리 산을 무한정 넘나드는 파멸의 방황자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차츰 깨우친다. 
 두 부류 다 예술과 인생은 별개로 나누어진 현상이 아님을 드러내 보이는 능동의 표출이다. 어쩌면 예술과 인생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고뇌의 몸부림일 수도 있다. 예술창작은 부동(浮動)의 골몰에서 그려지나, 그 완충은 둘러싸인 환경에서 보완된다.
 기후가 특색 한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의 기분 상태는 언제까지나 일편 할 수는 없다. 인체는 수시로 변심-변화하는 감정기복에 시달린다. 10년을 매달린 노고가 무위하도록 일이 안 풀린다는 구덩이 속 좌절에 곧잘 빠져든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답안이 전무한 이러한 암담함의 굴레에서는, 촉진을 불러일으키는 호의의 밝음이 생성될 리가 만무하다. 내부로 파고드는-시야가 온통 가려지는 이런 환경에서는 새로운 통찰을 안전하게 창의해 낼 수 없다는 현실, 경험 많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통찰은,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너머까지 들여다보는 안목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예술은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초보에 머물러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은 예술을 발견하는 것에 기인을 두고 있다는 점 강조한다.
 세상에는 눈에 띄지 않는 예술재료가 얼마든지 널려있다. 순간순간 무엇을 보며 배운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소재거리를 한데로 모으는 수집이기 때문이다. 존재가 명확한 사물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바깥을 향해서만 찾아낼 수 있다. 어떤 물체의 특징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안목이 관찰이다. 이보다 깊은 성찰은-꿰뚫고 들어간다는 관입(貫入)이 있다. 
 모델은 안에서 운동하는 가상이다. 예술기반의 지향은 탁월한 함수에 달려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재주의 재량이든, 지식 위에 지식이든, 책상을 뛰어넘는 공중부양의 정신적 동원력이 최고조에 달해있으면, 예술의 발육은 펄펄 살아 오른다. 달이 차 무릇 익은 내부에서부터 아무 때나 수액(樹液)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만 진목 면을 갖춘 예술인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감정의 싹은 자기 안에서 틔워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투자의 의미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시(詩)의 효능은 갑자기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경제랑, 사회의 현실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같이 보이지만, 그러나 대저 나라에 시가 없으면, 마치 영혼이 없는 것과 같이 그 품위는 향긋하지 못 하다. 
 진실은 무겁다. 기다림을 견디는 인내는 쓰기 마련이다. 문학예술인은 작업을 할 시에는 될수록 누구든 곁에 앉히지 않고, 저마다 기묘한 규범으로 원고량을 채워나간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캄캄한 무형(無形)의 세계를, 실체의 유형(有形)으로 살려내는 예술작업은, 유독 춥고 고독하다. 불특정 다수의 인상을 포획(捕獲)하는 수집의 과정은 그토록 녹록치 않다. 눈앞에서 얼핏 스친 전등 빛 하나, 혹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그 어떤 물체들을 적절하게 배합
하는 인문창조의 눈매는 선택으로 일임 받은 예술인들만의 몫이다. 
 젊음의 혈기가 펄펄 끓어오른다. 너무 뜨거워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나로써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는 일이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일시적인 패배에 언제까지나 머물러있는 단념이다. 정작 두려워해야할 대상은 넘어진 실수가 아니라, ‘내 인생은 여기까지다.’한계를 스스로 정한 방관이다.
 세월이 가면 백발이 성성한 장년(壯年)에 이르고, 그 무렵에 남는 건 청춘으로 다시 돌아길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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