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집에 새들만 지저귀니 백성은 도망가고
아전도 보이지 않네.
해마다 민폐만 더했거늘
어느 날 어느 때 즐겁게 지냈으랴.
토지란 토지 벼슬아치들에게 빼앗겼는데도
포악한 무리들은 문 앞에 연이었네.
묻노니 이 고생 누구의 허물인고!
남아있는 주민들 더욱 가엾어

-원천석의 운곡시사 중에서 “대토지겸병을 반대하는 서”에서

그는 진사가 되었으나 고려 말의 혼란한 정계를 개탄하여,
치악산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였다.
위의 시는 26세 때 지은 시다(운곡지사에 실여있음).
그는 그 곳에서 부모를 봉양하고 농사지으며 이색(李穡) 등과 교유했다.
조선의 3대 태종(太宗)(이방원(李芳遠))의 스승이기도 했다.
1400년 태종이 즉위한 후 여러 차례 벼슬을 내리고자 그를 찾았으나
응하지도 않았고. 만나지도 못했다.
이에 태종은 그의 집 근처의 계석(溪石)에 올라
집 보는 노파에게 선물을 주었고
그의 아들과 형에겐 현감 벼슬을 내렸다.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있을 까만은 혹시라도 있다면
국가를 다스림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과 같이 인물이 없는 것인지
국가에서 인재를 키우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분 세 사람만 있어도 오늘의 세상은 너무나 밝아지고
살맛나는 세상이 될 터이나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질 않는 것인지
나와 봤자 별 볼이 없을 것 같아서인지 궁금하기가 그지없다.
얼마나 먹고 살 수 없었으면 야반도주를 일삼았으며
얼마나 벼슬아치들이 백성들을 들볶고 세금을 중과해서 빼앗아먹었으면
못살고 조국을 등졌겠나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기만 하다.

시인 박연복 (氷心)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