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남 순 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됐다. 앞에 나 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우그러들었다.’ 단편소설 <소나기> 중에서다.
  입추(立秋)가 지났다. 조석으로는 건들바람이 부는 날,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있는 ‘소나기 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황순원의 단편소설‘소나기’를 주제로 만든 문학 공원이다. 문학관에는 작가의 생애와 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육필원고, 사진, 안경, 버버리코트 , 시계 등, 생전에 사용했던 유품을 전시했는데, 선생님의 소박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공원 안에는 소년소녀가 비를 피했던 수숫단과 원두막이 있고 소설의 내용을 테마로 조성했는데 오밀조밀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다. 소녀가 우산으로 들고 있었던 노란 마타리 꽃도 문학관 옆에 활짝 피어있다.
  이 소설을 쓴 작가 황순원은 1915년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났다. 평안도 숭실고등학교를 나와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1931년‘나의 꿈’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했으며, 1940년 늪’이란 단편집을 간행하면서 소설 창작에 주력했다. 아시아자유문학상 , 예술원상,  3.1문학상, 인촌 문학상 등을 수상을 했다.
  경희대학교 국어 국문학과 교수로 23년을 지내면서 많은 문인을 배출해 냈으며, 2000년 86세 나이로 타계하셨다. 주요 작품은, 기러기, 독 짓는 늙은이 , 소나기, 등 104편의 단편 소설이 있으며, 우리 역사의 격동기, 한글 말살 속에서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집요하게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순원 선생님을 대변하는 말은  순수, 절제, 나라사랑,  3가지로 정리가 됩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소년처럼 순수하셨어요. 소식(小食)하셨어요. 포도를 드리면 다섯 송이, 더는 드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라 사랑, 다시 말하면 우리말 국어를 사랑하셨습니다. 전공은 영문과인데도 국어를 가르치셨습니다. 양평군과 경희 대학교가 자매결연을 하고 그 기념사업으로 소나기 마을을 건립하기로 한 것은 2003년인데, 공사를 완료한 것은 2009년 4월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양평 관내로 추정이 됩니다. 소녀가 양평으로 이사를 간다는 대목이 있어, 이곳에 문학관을 짓게 되었습니다.” 황순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소설가가 되었다는 이곳의 촌장 안영 씨의 말이다.
  소나기 마을은 이 소설의 의미를 되새기며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소나기도 맞아보고 수숫단과 원두막, 산책코스를 걷다 보면 동심(童心)을 추억하게 된다. 하루 코스 나들이로 가족과 함께 와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