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미덕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대히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실 자기를 이기지 못하면서 덕이 있다고 하고 손해는 감수하지 않으면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데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마는 그나마 이런 세상에서는 그런 이들을 갈망하고 소망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용기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이겠는가? 

 

“길이 없지만 내가 가면 길이 된다”고 말했던 개척자들도 ‘내가 이러했으니 너희도 이렇게 해 봐라’ 라고 말한다면 할 말 없지만 보통 사람들이야 그렇게 한다고 해서 개척자처럼 성공하리란 법이 없다. 설사 된다 하더라도 그들에 비하면 아주 미미할 정도의 조그마한 성공을 맛볼 뿐이다.

 

필자는 장애를 얻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대부분의 장애인들처럼 많이 고민하고 번민했었다. 한 때는 파충류를 키우면서 사업으로 연결하기도 했고, 음악에 몰입하면서 장애를 이겨내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용했었다. 

 

사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장애를 극복하고 사업에서 성공하거나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설명하기도, 말하기도 어렵거나 번거로운 장애에 대한 어려움과 개인적인 특성을 어찌 몇마디 말로 소통하고 이해시킬 것인가?

 

나이가 들어 가면서 필자도 할 수 있는 일과 취미의 영역이 좁아 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청춘의 시절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겠지만 갑자기 장애가 찾아오고 나이 들어가는 많은 장애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회일 것이다. 고민끝에 오랫동안 취미와 창업이 가능한 캘리그라피를 배우게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하고 정진하는 이유는 몇년 후의 일이되겠지만 캘리그라피라는 복고풍의 글씨가 계속 유행하고 대중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냐 존재냐'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사람들은 소유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소유하게 되었다고 느끼게 되면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게 되거나 새로움을 추구하며 살게 된다고 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뺏기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살았다. 심지어 젖병에서부터 몇 점이라도 더 받으려고 밤샘공부를 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시간을 더 투자해 공부하고 일하고 건강을 해쳤다. 누구 하나 편한 삶을 산 사람이 없는 것처럼 인생은 과연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다.       

 

무슨 일이든 도모할 때는 잘 될 것처럼 기대하면서 가만히 추이를 살펴보다가 일이 되기 시작하거나 잘 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낫 들고 설치는 게 현실이다. 진즉에 상의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대꾸하지만 미리 얘기했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사단이 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핑계만 댄다. ‘전문성이 없다’ ‘시기가 안 좋다’ ‘이러 이러해서 안 된다’라면서.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가요프로그램을  보면서 놀란 적이 있다. 출연자들 대개가 노랫말이나 행동이 돈, 출세등 소유를 위한 것이 일색이었다. 그 중 재능 있는 한 청년이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할 뿐"이라면서 경쟁자들을 누르고 우승한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었다. 

 

몇년 전에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칠레와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해서 패배했었다. 메시는 원통해 하면서 '내 축구인생은 끝났다'라며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대통령과 선배인 마라도나를 포함해 온 국민이 은퇴를 말리고 차기 월드컵에서 우승을 해달라고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감동시킨 것은 어느 초등학교 여교사의 편지였었다.  

 

“리오넬 메시, 당신은 이 편지를 안 읽겠지만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미칠 수 없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이 영웅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은퇴는 당신을 깍아 내리는 것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승리에만 가치를 두고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것은 무시하는 것에 넘어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라는 것의 선례를 남겨선 안 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당신이 한 골을 넣기 위해서 수 천 번이나 같은 장면을 연습한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진정한 영웅은 패배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영웅이라면 이길 때는 같이 이기고 질 때도 혼자가 아니라는 진리를 알려줘야 합니다. 결과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승리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세요!”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원하고 직업을 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인 이유이다. 잘 못하는 일을 하고 원치 않지만 호구지책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불행해 진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니이체의 말대로 조금은 위험요소가 있을 지 모르지만 자녀들에게 “결과에 상관없이 네가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라 그것이 잘 사는 삶이라고 생각 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우리 자신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내가 사랑하고 즐거워 지는 일을 하면 행복해 질거라고..." 이른 아침에 '소소한 일상에 꽃이 피다'라는 소소한 글씨를 써 보았는데 작은 행복감을 느꼈다. 어느새 봄의 기운이 가까이에 와있는 듯하다. /노익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