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잔인한 어머니, 그 품속에 말없이 누워
하늘의 별을 세는 땅위의 별들을 본다.
우람한 원시의 생명과, 작은 들꽃의 향기와
새들의 노래 대신, 포탄의 잔해와
화약 냄새와 그 밑의 생명이
별이 되어 쉬고 있는, 그 산은 백마고지
다시는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다가서고 싶은 그리움도 민통선에 묶이는 산
395고지 백마산, 이름 없는 능선이
세계의 戰士에 떨친다.
언제면 별들을 고향으로 돌아가고
산은 산으로 돌아오려나.

-김운기 님의 '白馬高地' 중에서

벚꽃이 한창일 때 친구의 권유로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은 일이 있었다.
거기서 위의 시 한편을 읽고, 내 어린 시절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6.25의 그 때 일을 생각했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그 때가 왜 이렇게도 차갑게 다가오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죽은 전우를 부르고, 부상당한 전우를 찾고, 별을 세며 꽃처럼 떨어지는
그 많은 생명들의 외침은 조국이었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는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사는 안 된다.
북의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에서 서해사령부를 설치했다는 소리를 듣고 안심 했다.
전쟁을 막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허공을 맴도는 영혼들의 영령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지금을 사는 우리는 그들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시인 박연복(石泉 yen3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