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종

유아의 경우,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도둑질이라고 할 수 없다. 도둑질 역시 거짓말과 마찬가지로 정서적인 불안이나 불만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만 5세경이 되면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된다. 그러나 어른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1. 원인
1) 주인 몰래 훔쳐내는 것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두세 명의 아이가 모여 훔치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아이에 대해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에게 많다.
2) 유아기 때부터 타인의 것과 자기의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는 소유관념이 분명하지 못하다. 이런 어린이들은 ‘남의 것을 취하면 자기 것이 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가지기가 쉽다. 그래서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이 눈에 보이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가져가 버린다. 자기가 훔친 물건이 타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3) 응석받이나 익애를 받고 자란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왔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제어할 만한 힘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남의 물건이라 할지라도 일단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훔쳐서라도 가진다.
4) 아이의 경우, 무척이나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가질 수 없게 될 때에는 훔쳐서라도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5) 애정이 결핍되었다고 느끼거나 부모에 대한 욕구불만이 있을 때, 또는 마음속에 갈등ㆍ불안ㆍ불행감을 가지고 있을 때, 이러한 것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아이가 도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마음속에 가장 큰 갈등과 정서적인 불안을 주는 것은 부모가 거칠게 싸울 때다. 그리고 자신을 꾸짖을 때 부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자녀는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 몰라서 마음에 불안과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부모가 다른 형제와 비교하며 자신을 나무란다든지 편애한다든지 멸시한다고 생각할 때, 부모에 대한 복수의 표현으로 도둑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6) 나쁜 친구들과 잘못 어울려서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도둑질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친구들로부터 미움을 받기 싫거나 그들이 무서워서 도둑질하는 경우로, 이는 자기 마음대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나쁜 종류의 도벽이라 말할 수 있다.
7) 남의 물건을 훔쳐 와도 부모가 야단치지 않고 묵인해 주면 아이가 계속해서 도둑질하게 되기 쉽다. 도둑질하는 아이는 일반적으로 지능이 낮고 의지가 약하며 감정이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2. 지도 방법
1)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나쁜 녀석'이라는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 자녀가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을 알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심하게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들게 되는데, 그런 방법으로는 결코 도둑질한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 예컨대, 애정결핍으로 인해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오히려 부모로부터 매를 맞거나 야단을 맞게 되면 아이는 더욱 더 나쁜 짓을 하게 된다. 또 열등감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도둑질을 했는데 오히려 부모로부터 나쁜 아이라고 야단을 맞으면 아이는 더욱더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 결과만을 놓고 나쁜 아이로 취급하는 부모에게 아이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가 없다. 오히려 정서적인 불안과 갈등과 불행감으로 말미암아 더 많이 부모를 속이고 훔치고 싶어진다. 자녀의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오로지 사랑밖에 없음을 잊지 말자.
2) 아이를 지나치게 응석받이로 키우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갖고 싶어 한다 해서 모두 다 사 주지 말고, 하고 싶은 것도 절제하게 해서 욕구불만을 참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소유욕이 지나치게 제지되어서 훔치게 된 아이에게는 가능한 한 아이의 요구를 들어 주는 것이 좋다.
3) 아이가 남의 물건을 훔쳤을 때는 자기 잘못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왔을 때는 부모가 그 아이를 가게로 데리고 가서 그 값을 치르게 하고 주인에게 잘못을 사과하게 해야 한다.
4)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게 자기 물건과 남의 물건을 가려서 쓰게 하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그 물건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도록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