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 소리에 폴더를 열고 확인한 발신번호는 전혀 낯선 유선전화기 번호였다. 귓속 고막으로 넘쳐 흘러든 목청은 젊은 여성이었다.
저편은 통화 가능하냐는 양해를 먼저 구했다.
때마침 귀가 직후라 아무런 잡음도 들리지 않는 편안한 시간이다. 게다가 나는 모든 전화를 주저 없이 다 받는다. 차분하게 점잖은 목청에 따른 맞춤인지?
조심성을 약간 머금은 앳된 목청의 주인공은 이내 부산북부경찰청 소속임을 소개했다. 순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범죄의 연류를 뜨끔 떠올렸다.
  “임영애 씨아십니까? 그 분의 통장으로 지난 6월 18일에 42만원을 입금하셨던데 무슨 목적의 돈입니까?”
  잊지 못할 삼 개월 전의 뼈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페이스 북에서 채팅으로 만난 미국간호사와 얽힌 사연이다. 몇 장 올린 사진 상 활동으로 미뤄 성격이 밝고 건전한 그녀와는 장장 삼 개월 넘는 채팅을 교환했다.
주요 주제는 세계적 대 유행으로 퍼진 코로나19 현황을 넘어 앞으로의 개인 생활상 설계로 채웠다. 임대업으로 큰돈을 벌고 눈을 감기 직전에 딸에게도 많은 유산을 남겼다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던 중 갈색머리 긴 여자는 사전 예고 없이 미국에서 보냈다는 패키지 현재 캄보디아공항에서 차후 정착해 살겠다는 한국행 대기 중이고, 그 거액의 달러박스 세관 비 완납 후 운반을 맡은 외교관으로부터 집 앞에서 받으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 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곧이곧대로 순진하게 믿고 2백만 원 훌쩍 넘는 돈을 입금했다.
그 당시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을 통해 세 차례 나눠 입금을 했는데 마지막 42만원은 부산은행 임영애 명의 통장으로 입금을 마쳤다.
그 후 서로 다른 언어가 통하지 않아 메일로 소통을 전환한 요원은 출발에 앞서 짐을 점검하던 중 신고 되지 않은 거액의 달러가 스캔에 걸려 FBI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는 협박으로 $5,785,00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언질을 내비쳤다.
나는 불응을 선언했다. 패키지 소식은 잠잠해졌다. 그때서야 비로소 보이스 피싱에 걸렸든 것을 가슴 떨며 깨달았다.
그 여자는 정체불명의 남자사기꾼임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내편에서 ‘지옥의 자식아, 네놈은 경찰수사 선상에 올랐다.’문자를 답변 형식으로 띄운 직후 저편에서 연락 차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소재가 아주 캄캄한 얼굴 없는 가짜여군(아프가니스타주둔)사기범에게 200만원을 갈취당한 적이 있다.
두 건 모두 경찰에 신고했고 1차건 범인은 세네갈 국적을 가진 인물이라 경찰에서 기소중지를 붙여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다. 나는 우편물로 그 소식을 받았다. 2차건은 삼 개월 넘도록 경찰조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보이스 피싱에 사기 당한 돈입니다.”
  “임영애 씨 그분 사망하셨습니다. 선생님보다 더 큰 금액사기를 당한 그 분에 대해 수사하던 중 선생님의 이름이 올라있어 확인 차 전화를 드린 겁니다.”
  ‘Lim young AE 계정을 왜 보고 했습니까? 이제 그녀의 계정이 차단되었습니다.’    돈 입금을 마친 후 한숨을 돌리고 있을 무렵에 이런 내용의 문자를 급하게 보낸 그녀의 말뜻이 비로소 이해로 와 닿았다.
이어 임영애 씨는 사기건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거라는 추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 소식은 앞전에 관할(금천)경찰서 사이버수사부에서 전화문의 시 친절한 답변 내용과 궤(軌)를 같이 한다.
  “돈은 찾을 수 있습니까?”
  “선생님께서 입금하신 직후 통장명의 분 사망하셨기에 돈을 보내신 은행에서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