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영 세영정영외과의원장

   4대강 살리기 공사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고, 내가 출퇴근 시 지나다니는 서울 신대방 전철역 주변의 도림천도 작년에 복원 공사가 일단락되었다. 시월 마지막 주말 연세의대 67동기 9쌍은 4대강 살리기 중 금강에 새로 완성된 백제 보와 수덕사, 무녕왕능, 낙화암, 부여 박물관, 관촉사 등을 1박2일로 다녀왔다. 금강은 너무나 잘 준설되어 시원히 맑게 흐르고 있었다. 강 주변의 고수부지는 각종 체육시설 등 생활공간과 위락 시설, 새로 만들어진 농지 등으로 현대적인 농촌의 모습이 갖추어지고 있었다. 천정천은 깊어지고 강변의 상습 수몰 지구도 준설된 흙으로 북돋우어 옥토로 바뀌고 있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최근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잠실 수중보 철거가 쟁점화 되고 있어 과연 자연 친화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한강 수중보를 철거하고 자연 생태의 한강을 복원시키고 한강 모래사장에서 시민이 수영을 즐기게 하겠다고 한 후보가 이야기했다는 소리를 듣고 ‘과연 자연을 되살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북한의 민둥산과  아프리카와 몽골의 자연 숲들이 사막화되고 있는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왔다. 자연에 맡기고 자연을 방치하는 것이 친환경적인가? 자문해본다.

  집이 보라매 타운에 있고 병원은 독산동에 있어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편도 약 한 시간 소요되는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 출근길은 보라매공원을 거쳐 도림천 변의 뚝방길을 따라 걷는다. 3-4년 전에 보라매공원 단장 공사가 끝났고 수년전부터 시에서는 썩어가는 도림천의 생태계를 복원시킨다는 꿈을 가지고 수중보도 설치하고 메말라가는 도림천에 맑은 물도 고이며 흐르게 정비를 하여 나의 출퇴근길이 한층 상쾌해 졌다.

   지금까지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말라붙은 도림천 옆을 걸어가면서 매일 도림천이 청계천처럼 깨끗한 물이 흐르기를 기원했다. ‘도림천이 청계천을 꿈꾼다.’ ‘도림천은 관악산에서 물이 흘러내려오는 자연 천이고 청계천 보다 넓으며, 관악산의 상류 땜을 만들든지, 한강물을 상류에서 파이프라인으로 끌어들이든지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함으로 청계천보다 더욱 멋있게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청계천이 새로 단장되면서부터 도림천 변을 걸을 때 마다 속으로 질투를 느끼며 ‘도림천이 청계천을 꿈꾼다.’를 매일 기도처럼 중얼 거렸었다. 이제 그 꿈이 서서히 영글고 있는 것이다. 수년 후면 도림천 주위에도 수풀이 우거질 것이다. 벌써 오리 등 몇몇 새들이 날아드는 것을 보니 수년 후면 물고기도 놀고 어린 아이들도 수영을 즐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즐거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나는 도림천 변을 걸어서 출퇴근하면서 상쾌한 하루를 설계하고 명상한다.

  몇 년 전 보라매공원의 공사를 할 때도 내가 보라매공원이 우리 집 마당이라는 생각을 하며 “우리 집 마당을 꾸미는데 몇 백억 원이 들어간다.”고 친구들에게 농담을 했다가 순진한 친구가 “야! 너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냐? 상속을 많이 받았냐?”하며 정색을 하며 묻기에 “보라매공원은 우리 집 마당으로 내가 쓰고 있지만 나라에서 공사를 해주니 친구인 너희들에게는 무료로 쓰도록 해주지!”라고 대답하곤 했다. 이제 이러한 나의 자랑은 도림천 공사로 몇 년은 더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평소 자연을 이용하는 사람이 자연의 주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보라매공원도, 도림천 변도 나라에 내는 세금을 제외하면 돈 한 푼 내질 않고 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나의 출퇴근길인가! 그래서 나의 앞뜰 보라매공원, 나의 전용 출퇴근길 도림천 변, 그리고 요사이는 가끔 올라가는 우리 앞동산 관악산이 내 것이라 생각하니 나는 참으로 부자인 것이다. 내가 보라매공원, 도림천, 관악산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다가 죽을 때 두고 가는 것과 어떤 대 부호가 대 저택을 가지고 골프장등 수천억의 제산소유하고 있다가 이 세상에 놓아두고 저 세상으로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죽을 때는 두고 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어느 토요일 오후, 새롭게 단장되고 있는 도림천이 자랑스러워 나는 보라매공원에서 시작하여 도림천의 자전 길을 따라, 안양천으로 향했다. 안양천은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니 잘하면 한강을 따라 여의도 까지 갔다가 차로 돌아오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걸어가면서 도림천 주변에 핀 꽃들도 나의 작은 디지털카메라에 담으면서 도림천이 안양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신정1교 밑에 도달했다. 내 눈앞에 전개되는 넓은 체육 광장, 와!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너무나 멋있고 광활한 안양천변 고수부지에 마련된 운동장, 각종 체육시설, 화해단지, 그리고 목동, 신정동 일대에 솟아오르고 있는 고층 빌딩숲!

  내가 전공의 시절 목동에 처음 집을 짓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별로 개발이 되지 않았었다. 그 목동주변이 이렇게 몰라보게 바뀔 줄이야!  공원의 여기저기를 산책하다가 야생화 단지에서 디지털 카메라에 꽃들을 담았다. 너무 시간도 흘렀고 해가 지기 시작해 나는 신도림역 까지 도림 천변을 따라 걸어와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타고 보라매타운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앞으로 자전거를 사서 보라매공원, 도림천, 안양천, 한강, 여의도 선착장을 둘러오는 자전거 하이킹을 꿈꾸어 보았다. 그러나 곧 나의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정형외과 진료를 하다보면 노인 자전거 사고 환자를 많이 보게 된다. 고회가 된 지금 자전거를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대신 걷자! 걸으면서 명상하며 천천히 주변의 예쁜 꽃들도 감상하자. 그리고 정말 어떤 것이 친환경적이고, 어떤 것이 자연적인지? 어떤 것이 인위적이고 어떤 것이 자연을 망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자연을 방치한다고 모두 친 환경적으로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년전 금강산 여행 시 배에서 내려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민둥산 들을 보고 몽골과 마다카스카르의 단기해외 진료 시 안타까워했든 초원의 사막화를 다시 떠올리며 자연을 훼손하는 주범도 인간이고 그들이 파괴한 자연을 되살리는 노력 또한 인간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