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오 시인

'시간을 지우다'

클라우드에 있는 사진들을 보다가
몇 년 전 추억들을 되돌아본다

까마득히 머릿속에서

지워졌던 작은 추억들은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했던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져 있었다

오랜 된 사진 순서대로 사진을 본다
영원히 간직해야 할 순간은
또 한 번 내게 웃음을 주고
영원히 지원버려야 할 순간은
다시는 오지 말기를 바랬다

사진을 지운다
아픈 기억들도 하나 둘 지운다
미움의 감정도 이해가 되고
원망은 감히 용서가 된다

사진들을 휴지통으로 이동하겠냐는

메세지에 잠시 망설인다

클릭을 하는 순간
다시는 떠올리지 못할 추억에 대한 미련
기쁨도 슬픔도 결국 나였다는 것에
나를 버리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사라진 사진의 빈 자리
앞으로 또 채워져 갈 나의 시간들을 기대한다

사진을 지운다는 건
시간을 지우는 것
나를 지우는 것
결국
내 마음을 비우는 것

<시작노트>

지나간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보다보면
기쁨도 슬픔도 희망도 원망도 담겨져 있어
잠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버리고 싶은 희미해진 기억 한 조각
사진 하나 지울 뿐인데 시간이 흐른 어느 날이면
영영 잊혀져 버릴 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지운다는 건
기억에서 사라진 나를 나조차 잊어버리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비워진 시간을 또 다른 이야기들로 채워가며
다가올 꿈을 꾸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쓴이 김정오?

시인. 아동문학가.
현 한양문인회 상임이사 및 사무총장
아이꿈만들기 대표